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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의 말이 무너질 때: 장제원을 통해 본 언어의 파산

insight maker 2025. 4. 1. 21:47

장제원 자살, 정치인의 침묵과 몰락 – 권력과 언어의 비극

그의 죽음은 하나의 정치적 종말이었고, 동시에 대한민국 정치 언어의 민낯을 보여주는 상징이었다.
우리가 정말 기억해야 할 것은 그의 침묵이 아니라, 그 침묵에 이르기까지의 방식이다.

침묵 속에서 사라진 정치인, 그리고 남겨진 질문

2025년 3월, 장제원 전 의원이 서울 강동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성폭행 고소라는 정치적, 법적 파문 속에서 나온 극단적 선택이었다.

뉴스 속 한 줄로 요약되었지만, 이 사건은 단순한 사망 소식으로 치부할 수 없다.
그의 죽음은 권력, 언어, 이미지, 책임이라는 키워드를 한데 묶은 복합적 비극의 결과였다.


장제원, 말로 권력을 세운 정치인

그는 3선 국회의원으로, 윤석열 대통령 당선 당시 비서실장직까지 맡은 핵심 측근이었다.
속된 말로 ‘윤핵관 중의 윤핵관’이었고, 보수 진영의 전략가로 불릴 만큼 언변이 빠르고 공격적인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그 언어는 단지 화려하거나 설득력 있는 것이 아니었다.
실제로는 논리를 덧칠한 정치적 연출에 가깝고, 상대를 굴복시키기 위한 수단에 가까웠다.


정치인의 언어란 무엇인가 – 품격 없는 정치의 민낯

나는 그를 정치 토론에서 자주 지켜봤다.
논점은 자주 흐트러졌고, 질문에는 질문으로 응수했고,
상대 의견을 ‘듣는’ 것이 아니라 ‘짓누르려는’ 모습이 익숙했다.

정치는 말로 싸우는 일이다.
하지만 말에는 책임과 품격이 따라야 한다.
장제원의 언어는 그 둘 모두에서 자유로웠다.
그가 세운 말의 탑은 견고해 보였지만, 속은 비어 있었다.


권력의 중심에서 주변으로 – 윤핵관의 이중성

윤핵관이라는 이름은 그에게 칼과 방패를 동시에 제공했다.
언론에서는 실세로 불렸고, 여당 내부에서는 세를 과시했다.
그러나 대중에게는 ‘권력을 사유화하는 자’, ‘말 많은 실세’라는 비호감 이미지로 굳어졌다.

그는 대중의 언어가 아닌, 내부 정치의 언어를 구사했다.
‘국민과의 거리’가 점점 벌어지면서, 그의 언어는 설득이 아니라 방어로 변질되었다.


성폭행 고소, 그리고 이미지의 파산

그리고 돌연, 과거의 그림자가 튀어나왔다.
2015년, 모 대학 부총장 시절의 비서 성폭행 혐의.
단순한 말이 아닌, 동영상과 감정 결과가 첨부된 고소장이 접수됐다.

그는 “사실무근”이라 했지만, 문제는 그가 어떤 언어로 그 사실을 부정했는가였다.
설득도 없었고, 사과도 없었다.
오로지 “억울하다”, “진실은 법정에서 밝히겠다”, 그리고 “탈당하겠다”는 선택뿐.

그의 말은 더는 아무도 믿지 않았다.
그는 설득당할 자격을 상실한 정치인이 되었다.


침묵의 전략, 혹은 붕괴의 결과

결국 그는 스스로 모든 말을 멈췄다.
누군가는 이를 비극이라 하고, 누군가는 회피라고 말한다.
나는 이 침묵이야말로 그가 남긴 마지막 정치적 메시지였다고 생각한다.

그는 더 이상 스스로를 설명할 언어가 남아 있지 않았던 것이다.
말로 사람을 설득하고, 때로는 공격하고, 때로는 권력을 쥐었던 그가,
마지막 순간엔 말 없는 선택으로 자신을 마감했다.


우리는 이 사건을 통해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가

이 비극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단 하나다.
정치인의 언어는 결국 그 사람의 본질을 드러낸다는 사실이다.

장제원은 말로 올라갔지만, 말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침묵으로 추락했다.
그는 진심을 담은 언어를 가졌더라면,
비판 앞에 겸손한 태도를 가졌더라면,
적어도 이렇게 갑작스럽고 허무한 결말은 맞지 않았을 것이다.


말의 무게, 침묵의 책임

나는 여전히 그를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동시에, 한 정치인이 자신의 언어에 의해 파산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이 시대 정치 언어의 질감과 책임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하게 된다.

그의 죽음은 슬픔이 아닌 경고로 기억되어야 한다.
권력자가 ‘말’을 함부로 사용하면, 결국 자신이 말의 잔해에 깔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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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제원 자살, 정치인의 몰락, 침묵의 전략, 윤핵관 비판, 정치 언어의 품격, 성폭행 고소, 한국 정치, 비평적 시선